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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현재 독일 함부르크에 잠시 체류 중이다. 건조하고 추운 한국 겨울과는 달리, 이곳의 겨울은 하루 종일 부슬부슬 내리는 안개비와 높은 습도로 축축한 날이 이어진다. 이곳의 기온은 한국의 겨울처럼 쉽사리 영하 10도 부근으로 내려가지는 않지만, 이 습한 한기는 뼛속까지 파고들어 은근히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자연히 감기 환자도 많다.그래서일까. 얼마 전 함부르크 항구 지역에 있는 엘브필하모니(Elbphilharmonie)에서 열린 피아노 독주회를 감상하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기침 소리의 합창을 마주했다. 마른기침에서부터 가래가 섞인 깊은 기침 소리까지, 다양한 기침 소리가 연주가 지속하는 내내 홀 안을 가득 메웠다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 상환 .기침하는 사람도 참다 참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거대한 콘서트홀의 2000여 석 중 10%만 기침을 해도 무려 200번의 기침 소리가 울려 퍼진다는 사실이다. 기침 소리는 피아노의 섬세한 피아니시모 위로 예고 없이 끼어들었고, 소리 예술을 감상하러 온 이들에겐 결코 달가울 리 없는 소음이었다. 무엇보다 음악에 자신의 영혼을 담아내 아파트 매매 법무사 수수료 려는 연주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안종도 연세대 피아노과 교수,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 연주학 박사, 전 함부르크 국립음대 기악과 강사



그런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우리주택모기지 나 또한 덩달아 긴장하게 되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침조차 소리 날까 조심스레 삼켰다. 그러나 공기가 건조해 목이 간질간질해지고, 기침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초조함은 더해지고 심장박동수마저 빨라졌다. 특히 연주자가 숨결처럼 작은 소리로 연주할 때마다 긴장감은 배가 되었다.기침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여기에 휴대전화 벨 소리나 떠드는 관객이 있으 무직자대출상담에스론 면, 간혹 마음 깊은 곳에서 억누르기 힘든 불쾌감이 솟아오르기도 한다.편하게 음악을 감상하고 싶지만, 예절에 얽매여 더 불편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어느 정도의 에티켓을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터져 나오는 기침을 참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작곡가인 바흐와 하이든이 살았던 17, 무지개론 대출 18세기의 공연장 문화는 어땠을까.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형 콘서트홀이 없었다. 음악회는 왕궁이나 귀족의 궁전에서 주로 열렸으며, 일부는 교회나 성당에서 열렸다.이 시기 음악은 오늘날처럼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감상하는 신성한 예술이라기보다는 삶의 일부였다. 음악은 사교 모임이나 궁정 이벤트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연회 자리, 티 타임, 무도회 등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이었다.극단적인 예로, 오늘날 우리가 카페나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배경으로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거나, 여가 시간에 휴대전화나 블루투스 오디오로 음악을 틀어놓고 수다를 떨고 심지어 낮잠을 자는 것과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또한 오페라 같은 대규모 공연에서도 기침 소리나 대화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오페라 극장 발코니석에서는 식사와 카드놀이 같은 도박도 이루어졌다. 오죽했으면 하이든은 저녁 식사 직후 연주회에 와서 꾸벅꾸벅 졸고 잡담하는 관객에게 조용히 연주하는 도중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한 큰 소리를 연주해 깜짝 놀라게 하는 ‘놀람 교향곡’을 작곡했나 싶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예술과 음악에 대한 존중과 예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후원과 장려가 있었기에 우리가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의 작품을 오늘날에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예술을 사랑하고 존중했지만, 당시의 직업 음악인은 하인 신분에 속해 있었고, 귀족과는 다른 신분 체계 속에서 존재했다. 따라서 공연을 관람하고 즐기는 것에 있어 오늘날 우리 기준과는 다른 태도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이런 매너는 19세기 초반부터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음악가는 더 이상 왕족과 귀족에게 봉직하며 그들의 취향에 맞춰 음악을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여기에는 여러 사회적, 문화적인 변화가 있었다. 프랑스혁명이 몰고 온 전쟁으로 귀족 계급이 쇠퇴하고 시민 계급이 신장됐으며, 산업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변화는 부의 재분배를 가져왔다. 또한 기술의 발전과 중산층 부의 증대는 악기 생산과 보급이 일반 가정에도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음악은 더 이상 궁정 사회에만 속하지 않고 각 가정과 개인에게 속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낭만주의의 시작이다.따라서 음악은 한 사회의 특정 집단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닌, 독창적이고 실험적이며 철학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다. 음악가는 더 이상 하인이 아닌 창조자로서 역할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음악 감상법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음악은 담소를 나누며 편하게 듣는 피상적인 즐거움을 넘어서, 정신적인 차원에서 미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감상 음악’으로 변화했다.미국의 철학자 래리 샤이너(Larry E. Shi-ner)는 그의 저서 ‘예술의 발명’에서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세기 초반에 장인과 (현대적 개념의) 예술가의 개념이 점차 분리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음악회도 예술 의례로서 합당한 특별한 태도와 침묵이 기대됐다”고 말이다. 따라서 이런 새로운 분위기에서 상류층조차도 ‘청취의 예술을 익히는 훈련’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1803년 바이마르 궁정극장을 감독했던 괴테는 관객에게 고함을 치거나 잡음을 내지 말고, 공연 끝에만 손뼉을 치라고 요구했다. 1808년 프랑크푸르트 문화협회는 “공연 중에는 말하는 것을 삼가고, 불만을 표시해서도 안 되며, 개를 데리고 와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매너 형성으로 인해 새로 생겨난 대형 콘서트홀에서는 두 시간 가까이 되는 말러의 교향곡도 관객석에서 들려오는 소음 없이 연주될 수 있었고, 오페라하우스에서는 15시간에 달하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도 상영될 수 있었다.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공연장 관람 문화가 형성됐다.모두가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고 예술에 존경을 보낼 수 있는 문화 형성에는 환영하지만, 한편으로 현대 공연장 예절이 너무 엄격해져 음악회장이 다양한 예술과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담론이 오갈 수 있는 곳이 아닌, 모두가 그저 침묵을 지켜야 하는 신성한 신전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든다. 종종 자연스러운 반응을 억누르고 악장과 악장 사이에 손뼉을 치는 것도 어려워졌으며(오히려 18세기에는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다), 소음을 낼 수 있는 작은 움직임에도 극도로 신경 쓰며 감상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가 많다.여기에 명쾌한 해답은 없다. 지금의 감상 방법은 우리 사회에 가장 잘 맞게 다듬어진 에티켓이다. 완벽한 침묵 속에서만 피어나는 감동이 있을지 몰라도, 자연스러운 호흡과 반응이 어우러진 감동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예술의 본질이다. 음악과 감상 에티켓 사이에 우리의 기지가 늘 반짝여 인간과 예술이 모두 만족스러운 정도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