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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진어  0 Comments  0 Views  25-03-0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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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정폭력이 만들어낸 잔혹한 살인마였다. 1969년 전북 고창군 무장면 송계리에서 태어난 김해선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수시로 아들의 옷을 벗긴 후 허리띠로 온몸을 무차별로 때렸다. 이 때문에 몸에 멍과 상처가 가시지 않았고, 이런 상태로 집에서 내쫓기기도 했다. 친구들의 놀림 대상이 되자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지 않는 노출 트라우마까지 생겼다. 
김해선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때리는 등 학대하는 것으로 해소했다. 중학교 때는 들에 매어놓은 이웃집 소를 낫으로 찍어 죽이는 등 잔혹성을 드러낸다. 중학교 2학년을 중퇴한 김해선은 고향을 떠나 외지를 떠돌며 음식점 종 국민연금 수령조건 업원 등으로 일했다. 그는 성인이 되자 괴물로 변한다. 20대 때인 1993년에는 짝사랑하던 여자를 강간하기 위해 식칼을 들고 침입했다가 미수에 그쳤고, 1995년에는 펜팔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자신의 자취방으로 유인해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씨는 부산에서 약 5년간 외항선을 탄 후 식당 종업원으로 육아비 일했다. 이때 사귀던 다방 종업원에게 사기를 당해 외항선원으로 번 돈을 모두 날리면서 극도의 분노와 배신감을 느낀다. 2000년 7월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는 하는 일 없이 술로 시간을 보냈다. 



2000년 10월26일 전북 고창군 해리면의 피해자 시신이 발견된 묘지에서 경찰 여성취업알선 이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tvn 방송화면 캡쳐


살해 후 시신과 소지품을 전시하듯 배치
2000년 10월25일 오전 김해선은 복분자 3병을 들이켠다. 취기가 오르자 갑갑하다며 집을 나섰고, 인근 산을 돌아다니다 무덤에서 잠시 낮잠을 자기도 했다. 오후 6시경 집에서 2km쯤 새마을금고 구조조정 떨어진 고창군 해리면의 한 마을을 지나다 초등학교 5학년인 정아무개양(12)을 발견한다. 
정양은 이날 오후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과 놀다가 헤어졌다. 친구 한 명과 걷다가 인근 중학교 앞에서 공중전화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중학생 오빠는 "엄마한테 데리러 가시라고 할게"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정양은 문구점에서 강아지 인형을 이율계산법 산 뒤 친구와 헤어진 후 혼자 귀가를 서둘렀다. 그렇게 얼마쯤 걸어가다 김해선과 마주쳤다.
김씨는 정양을 인근 야산으로 끌고 가 묘지 앞에서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 정양이 실신하자 옷을 벗기고 책가방을 뒤져 필통에 있던 문구용 칼을 찾아냈다. 그 칼로 정양의 옷을 자르고 그 옷을 이용해 결박했다. 정양을 성폭행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엽기적으로 추행하다가 숨이 끊어지자 시신과 소지품 등을 전시하듯 배치했다. 먼저 알몸 상태의 시신을 무덤 위에 반듯하게 눕혔다. 양팔은 십자가 모양으로 벌리고, 양다리는 봉분 아래로 내렸다. 흉기로 찢은 옷조각은 운동화와 함께 가방 속에 넣고 시신 발 아래쪽에 뒀다. 마지막으로 필통 속에 범행도구로 사용한 문구용 칼을 넣어 가방 옆에 놓았다. 
김씨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산에서 내려와 성인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다 집에 들어와 TV를 시청한다. 저녁이 됐는데도 딸이 귀가하지 않자 정양의 어머니는 승용차를 타고 학교가 있는 해리면 소재지로 갔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문구점에서 정양이 "장난감을 사가지고 집으로 갔다"는 말을 듣는다. 걱정이 앞섰던 어머니는 1시간 정도 주변을 샅샅이 찾았으나 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오후 7시쯤 해리 파출소로 달려가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플래시를 들고 정양의 이름을 부르며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음 날인 10월26일 아침부터 다시 수색에 나섰고, 오전 9시30분쯤 해리면 평지리 야산에서 정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도로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으로, 정양이 살던 마을까지는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평소 사람들의 통행이 드문 장소였다. 
시신의 다른 부분은 깨끗했지만 생식기 부위에서 심한 출혈이 있었다. 김씨가 성추행을 하면서 상처가 났던 것이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현장에 대한 정밀감식에 들어갔고,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신발 자국과 모발, 체모를 확보했다. 유력한 증거인 족적은 석고를 이용해 본을 떴다. 정양의 정확한 사망원인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도 의뢰했다.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졸림)로 나왔다. 체모 분석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이 AB형일 것으로 판단됐다.
경찰은 시신이 십자가 모양으로 전시하듯 있었다는 이유로 사이비 종교단체의 종교의식이나 광신도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여기에 수사를 집중한다. 인근 종교단체 등을 탐문했지만 범인의 윤곽은 쉽사리 드러나지 않았다. 주변 마을주민들을 모두 용의선상에 올리고 수사를 확대했으나 용의자로 의심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1차 범행 후 김해선은 경찰 수사망을 피해 외출을 자제하며 집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주로 술을 마시거나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약 두 달이 지났는데도 경찰이 찾아오지 않자 긴장을 풀고 다시 슬슬 움직이기 시작한다. 



김해선 집에서 발견된 노끈 등 범행에 사용된 증거품 ⓒMBC 방송화면 캡쳐


귀가하던 중·고생 남매 같이 희생당해
12월19일 점심 무렵부터 술을 마신 뒤 칼과 노끈, 장갑이 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이번에도 하교하는 학생들을 노렸다. 술기운에 산에서 잠이 든 김씨는 오후 4시가 넘어 눈을 떴다. 마침 무장면 면소재지에 있는 학교 학생들이 하교할 시간이었다. 그는 집에서 약 2km 떨어진 국도변에 숨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오후 4시30분쯤 혼자 귀가하던 여고생 강아무개양(17)을 발견한다. 김씨는 강양의 뒤를 쫓으며 기회를 엿봤고, 강양이 낌새를 차리고 내달리자 그도 빠르게 뒤쫓아갔다. 이때 마침 오토바이 한 대가 다가오자 김씨가 멈춰서면서 강양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김해선은 다시 인근을 배회하다 오후 5시30분쯤 귀가하던 중·고생 남매를 발견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누나 박양(17)과 중학교 1학년인 남동생 박군(14)이었다. 김씨는 남매 옆으로 다가가 순식간에 도로 옆 논바닥으로 밀쳐 넘어뜨렸다. 
박군은 누나를 지키려고 소리를 지르며 김씨에 맞서 격투를 벌였으나 성인 남성을 당해낼 수 없었다. 김씨는 박군을 제압한 후 그 자리에서 목 졸라 살해한다.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박양은 흉기로 위협해 강간한 후 잔인하게 죽였다. 희생된 박양은 아버지가 6년 전 작고한 후 취로사업으로 집을 자주 비우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으며 동생들을 돌봐오던 효녀였다. 
남매가 귀가하지 않자 가족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아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찾았지만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날이 밝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 주변을 샅샅이 뒤지다가 오전 9시20분쯤 도로 아래쪽 언덕 밑에서 박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남매의 집에서 직선으로 300m 떨어진 곳이었다. 
운동복 차림의 시신은 엎드린 채 양손과 양발이 신고 있던 운동화 끈으로 묶여 있었다. 목에는 노끈이 감겨 조여 있었는데,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박군 시신 근처에는 칼로 잘려진 속옷이 있었는데, 누나 박양의 것이었다. 또 시신 주변에는 남매와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뒤엉켜 있어 범행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경찰은 박양의 시신을 찾기 위해 발자국을 쫓았다. 다행히 전날 가랑비가 내려 발자국이 제법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얼마 후 야산 쪽으로 향한 두 사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가다가 박양의 시신을 발견한다. 동생이 쓰러져 있던 곳에서 약 500m 떨어진 야산 무덤가에 있었다. 
시신의 상태는 참혹했다. 온몸이 피범벅이었는데 칼로 찔리거나 벤 상처가 눈에 띄었다. 이상한 것은 오른쪽 허벅지가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로 도려져 사라진 상태였다는 점이다. 1차 사건의 정양처럼 이번에도 시신의 형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교복 상의 단추가 모두 풀어져 있고, 치마는 뒤집혀 가슴 위쪽까지 걷어 올려져 얼굴을 덮고 있었다. 양손과 다리는 노끈과 스타킹으로 묶인 상태였다.



2000년 12월 검거된 김해선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실제 김해선의 얼굴 ⓒMBC 방송화면 캡쳐


자신의 이름·사진 공개했다며 소송 제기도
경찰은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여러 개를 발견한다. 족적은 정양 시신 발견 현장에서 확보한 것과 비슷해 동일인의 것으로 판단됐다. 또 강양 등의 목격자들을 통해 범인의 몽타주도 작성했다. 
경찰은 본을 뜬 발자국과 몽타주를 들고 인근 마을 전수조사에 나섰다. 가가호호를 차례로 방문해 탐문하다 김해선이 전날 오후 숨진 남매의 뒤를 따라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씨의 집 마당에는 범행 장소의 족적과 동일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당시 집에는 김씨의 노부모만 있었고, 경찰은 집 내부를 뒤져 신발장에서 범행에 사용된 피묻은 낚시용 칼과 노끈을 찾아냈다. 집 앞 도랑에서는 박양의 도려낸 살점 일부가 들어있는 비닐봉지가 발견됐다. 오후 4시가 넘어 김씨가 들어오자 경찰은 그를 긴급체포했다. 몽타주와 김씨의 얼굴도 아주 흡사했다. 범행 현장에서 채취한 용의자의 혈액형과 김해선의 혈액형이 일치했다. 
경찰서로 압송된 김해선은 경찰에 자백하는 조건으로 언론에 알리지 말고, 소주를 사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경찰이 소주를 사다주자 한번에 들이켠 후 범행 일체를 술술 자백했는데, 박양의 허벅지에서 도려낸 살점 일부는 개에게 먹이고 일부는 자신이 먹었다고 진술해 경찰들을 경악하게 했다. 김씨는 피해자들을 살해한 이유에 대해 "직업도 없고 결혼도 못 해 생활을 비관해 오다 술을 마시고 주변 야산 등을 배회하다 여학생을 발견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살인과 강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됐다. 김씨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책에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했다며 한 방송인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해선은 지금까지 죄책감이 없으며 피해자들과 그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현재 광주교도소에서 24년째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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