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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기린 그림 목이 긴 기린그림이고, 네가 그린 기린 그림 목이 짧은 기린 그림...” 멸종위기의 서아프리카 기린. [사진출처=Roland H]



2m가 넘는 기다란 목으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기린이지만, 녀석들은 생존을 위해 아등바등 농지취득 자격증명 신청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닮았습니다. 사방에는 맹수가 우글거리는 데다가, 목이 너무나 긴 탓에 이들에게 포착되기 쉽습니다.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초식동물로서 유약한 천성은 이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듭니다.

출산은 또 어찌나 힘이 드는지. 다른 동물에 비해 교미가 적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퍽퍽한 삶에 지쳐 사랑도 번 신혼부부 주택공급 식도 포기해 버린 기린. 어쩐지 남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기린의 이불을 들춰봅니다.


기린, 인간의 주목을 받다
기린은 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화사한 색깔에, 기다란 목과 다리가 시선을 훔쳐서였습니다. 인류가 문자를 쓰기 이전부터, 인간은 그림으로써 이용자보호 녀석들을 기억하고 숭배해 왔습니다. 학자들은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의 이론을 통해 기린의 진화론을 발전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모든 초식동물은 땅 위의 풀을 두고 경쟁합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겠지만 먹고 싶어하는 개체에 비해 언제나 먹이는 부족한 법이지요. 임팔라, 쿠두와 같은 동물들 카드모집인협회 과 땅위 식물을 두고 싸우기 일쑤입니다.



“우와 피라미드다.”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 신왕국 시대에 그려진 기린과 원숭이.



경쟁 압력은 창조의 어머니입니다. 기린의 조상은 ‘블루오션’을 찾아 학자금대출2금융권 헤맵니다. 그들의 눈은 하늘을 향합니다. 아주 높은 곳, 결코 경쟁자가 닿을 수 없는 곳. 임팔라와 쿠두 같은 동물들은 결코 입을 댈 수 없는 곳까지 나아갑니다.

기린의 조상 중 목이 긴 개체들이 돌연변이로 등장합니다. 이들이 유독 잘 살아남아 지금의 기린이 형성됐다는 설명입니다. 라이벌 초식동물은 커봐야 2m까지밖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기린은 4m 위의 식물까지 거뜬히 먹어 치웠습니다.



“빕스 샐러드보다 나은데ㅎㅎ” [사진출처=Steve Garvie]



한때 진리처럼 여겨진 설명이었지만, 최근에는 이에 대한 반박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생물학자들이 자세히 관찰해봤더니, 가뭄이 진 상황에서 목이 짧은 기린이 외려 목이 긴 기린보다 생존율이 높았던 것입니다. 다윈의 이론을 반증하는 결과가 나온 셈이었지요.



교미를 위해 목도 길어졌다?
먹이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도대체 왜 기린의 목은 길어진 것일까요. 학계에서는 ‘성선택’ 가설을 내세웁니다. 긴 목을 유지하는 것은 보다 많은 영양소가 있어야 하는 생물학적 ‘고비용’ 체제입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암컷에게는 섹시하게 보입니다.

긴 목을 유지한다는 건 그만큼 잘 먹고 잘산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수컷 공작새가 천적으로부터 노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화사한 꼬리를 갖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 셈입니다.



“목이 기니 물 마시는 것도 힘들어.” [사진출처=Steve Garvie]



암컷들이 긴 목을 가진 수컷을 선택하면서 결국 긴 목 기린의 후예들이 번성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수컷 기린의 목이 암컷보다 길고 두텁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기린에게 긴 목이란 자신의 매력을 과시할만한 수단인 셈입니다. 인간으로 치면, 멋진 차, 비싼 집, 좋은 직업과 같은 것이겠지요(물론 이 이론 역시 아직 완벽하게 증명되진 않았습니다).

기린 녀석들은 실제로 목에 죽고 목에 삽니다. 암컷을 차지할 때조차 수컷 놈들끼리는 목씨름인 ‘넥킹’(Necking)을 주고받습니다. 치열한 목힘겨루기가 끝난 뒤 승자는 당당히 암컷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기자양반, 몰카는 범죄야.” [사진출처=Hans Hillewaert]



싸움에서 이긴 수컷은 암컷의 생식기에 머리를 갖다 댑니다. 암컷의 소변을 맛보기 위해서입니다. 녀석은 이 냄새를 통해 암컷이 ‘농익었는지’를 확인합니다. 자기 새끼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긴 놈은 암컷 한 마리만 차지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 마리를 독점하면서 차례차례 짝짓기를 이어가지요. 일부다처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바꿔 말하면, 경쟁에서 패배한 놈들은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교미가 힘들어 동성애에 빠졌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교미까지 어려워진 존재론적 위기. 그래도 이들이 사랑까지 포기하진 않습니다. 다소 기이한 사랑을 선택하면서입니다. 직접 둘러보겠습니다.

여기 수컷 두 마리가 있습니다. 녀석들은 서로의 목을 휘두릅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암컷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때와 다른 분위기입니다. 목을 감으면서 서로의 등을 핥아주기도 하고, 생식기의 냄새까지 맡습니다. 사타구니 쪽을 바라보니 녀석들의 주요부위는 팽팽해져 있습니다.



“숨겨왔던 나의~~” 수컷 기린의 네킹. [사진출처=Luca Galuzzi]



입술을 말고 잇몸을 드러냅니다. 성적 흥분 때 나타나는 ‘플레멘’(flehmen) 반응입니다. 야릇한 행위가 15분 정도 흘렀을까요. 한 녀석이 갑자기 목을 쭉 뻗은 채 몸을 부르르 떱니다. 절정에 달한 것이었습니다.

기린의 세계에서 동성 교미는 매우 흔하게 관측됩니다. 이성 교미보다 더욱더 많이 포착될 정도입니다. 학계가 관측한 교미 중 94%가 수컷간 일어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부 생물학자들이 “기린의 90% 이상은 게이”라고 과학적(?) 농담을 던졌을 정도였습니다.



“아저씨, 중국 말고 비빔밥의 나라 조선으로 갑시다.” 명나라 시절 그려진 기린 그림.




출산도 육아도 힘들다
기린이 왜 유달리 동성 교미를 많이 하는지에 대해서 학계의 일치된 견해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있습니다. 기린의 교미와 출산이 매우 어렵다는 것. 교미만 해도 그렇습니다. 기린은 성적 성숙이 4살이면 일어납니다만 사랑을 나누기엔 나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원숙한 수컷 경쟁자들과 목씨름을 하려면 8살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지요.

치열한 경쟁에 지친 탓인지, 평생 짝짓기 없이 혼자 사는 수컷들도 종종 관찰됩니다. 혼기가 차도 변변한 직장 없어 결혼을 미루는 우리네 모습과 똑 닮은 셈입니다.



“자, 사바나 기린이집에 오신 걸 환영해요.” [사진출처=Heribert Bechen]



암컷도 상황이 여의찮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렵사리 교미에 성공해 수태해도 문제는 첩첩산중. 임신 기간이 15개월이나 되는 데다가, 2m가 넘는 새끼를 낳아야 하는 고난이 기다립니다. 너른 초원에서 새끼를 키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 큰 기린은 그나마 맹수에 저항이 가능하지만, 새끼 기린은 사자·하이에나·표범·들개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성체 기린 암컷 중 약 4분의 1 미만만이 새끼를 낳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엄청나게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셈이지요.



“점심은 기린 육회지....” 기린을 사냥한 사자의 모습. [사진출처=Batra]



그럼에도 엄마는 강합니다. 뭉치면 더 위대합니다. 어미 기린들은 새끼를 함께 키우는 전략을 택합니다. 일부 어미들은 새끼를 맡겨놓고 먹이를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어린이집이 있다면, 기린에겐 기린이집이 있습니다.

사랑도 육아도 어렵지만 아둥바둥 해내는 모습이 어찌나 눈물겨운지. 이대로 사라지기에 그들의 목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엄마한테서 떨어지면 안 돼. ” [사진출처=Charles J. Sharp]





아름다운 생명체 기린. [사진출처=Summer kamal el deen]



<세줄요약>

ㅇ기린은 동성 교미가 많이 일어나는 종으로 통한다.
ㅇ일부 개체군에선 암컷의 4분의 1만 출산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ㅇ교미와 출산이 매우 어려운 환경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는데, 결혼을 포기해버린 오늘날 인간의 모습이 교차한다.
<참고문헌>
ㅇ브루스 배게밀, 생물학적 풍요, 히포크라테스, 2023년

생명(生)의 색(色)을 다루는 콘텐츠 생색(生色)입니다. 동물, 식물을 비롯한 생명의 성을 주제로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지식을 전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마다 재미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