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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지다  0 Comments  2 Views  24-12-2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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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은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사시나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품을 선한 마음으로 일부러 사 보신 적 있으실까요. 그러나 쓰임새나 품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한두 번 정도의 구매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으로 펜과 달력, 머그잔 등 문구나 생활용품을 제작·판매하는 신이어마켙을 이끄는 심현보(33) 아립앤위립 대표는 “사람들이 좋은 일에 하려고 우리 물건을 사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일이기도 하면서, 어르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자동차대출상품 . 신이어는 시니어(Senior)라는 표현을 모르는 어르신들의 발음을 살려 붙여진 이름입니다.



어르신이 그린 그림이 담긴 신이어마켙 디자인 상품. 신이어마켙 제공


신이어마켙은 어르신 11명과 MZ직원 9명이 함께 만 지라 들어 가고 있습니다. 최고령은 91세, 가장 어린 직원은 22세라고 해요. 특히 2019년 9월 정규직으로 처음 채용한 한 시니어 직원 1946년생으로 여든에 가깝습니다. 심 대표는 “그분이 나중에 이야기해주시길 ‘젊은 애가 와서 얼마나 가나 보자’는 마음이 크셨다고 하시더라”며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세대 간 소통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한 달간의 예금 풍차돌리기 설득 작업을 통해 정규직 직원으로 모시게 됐다”고 귀띔했습니다.



신이어마켙이 연 팝업스토어의 모습. 신이어마켙 제공


굿즈 디자인의 기초가 되는 어르신 손 그림은 원래 종이에 그려왔는데, 심 대표는 그 어르신에게 아이 친애저축은행 채용 패드로 작업하기를 권했다고 합니다. 거의 1년간 교육해 현재는 능숙하게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신다고 해요. 심 대표는 “어르신들이 사회에 참여하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게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면서 “두 번째는 청년과 노인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캐피탈회사 신이어마켙 어르신 직원의 사원증에 그려진 그림. 신은정 기자






서울 강동구 아립앤위립 사무실 벽면에 비치된 어르신 직원의 사원증 목걸이. 신은정 기자


4년 차인 신이어마켙은 1년 50곳에 달하는 외부 업체와 협업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망할 뻔했다고 합니다. 마케팅 등 직장 생활 3년 차에 창업을 꿈꾸던 중, 소일거리로 폐지 줍는 친할머니와 그 주변 어르신들의 현실을 목격하고 심 대표는 8년 전 아립앤위립을 설립했습니다.



심현보 대표가 최근 서울 강동구 아립앤위립 사무실에 지금껏 개발한 상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은정 기자


“무릎 수술을 재활차 산책을 하시던 할머니께서 아이스크림값이라도 벌겠다고 폐지를 줍는다는 것을 알게 돼 가족들이 뜯어말렸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할머니 친구분 중에는 정말 생계를 위해 폐지를 모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심현보 대표가 창업을 시작하면서 동네 고물상에 찾아가 어르신들을 직접 만날 때 촬영한 사진. 심현보 대표 제공


그러나 창업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물상 앞에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만나 무언가를 도우려 했지만 쉽게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없었고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홀로 4년간 회사를 꾸려나가며 신이어마켙을 출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해요.
그러다 2년 전 한 커뮤니티에서 ‘할머니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든 달력인데, 의미도 좋고 너무 귀엽다’며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 관심을 받으면서 시니어 구성원들의 손 그림이 들어간 달력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절기를 이용해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이 더해진 제품이었는데요. 애초 200부를 목표로 제작했지만 밀려드는 주문량에 선주문을 제한적으로 받아 1500부를 팔았다고 합니다. 심 대표는 “주문이 계속 들어왔지만, 내년도 상품 개발 등 일에 차질을 빚을 거 같아 더는 주문을 받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어르신이 그린 그림이 담긴 신이어마켙 디자인 상품. 신이어마켙 제공






어르신이 절기를 표현하며 그린 그림. 신이어마켙 제공


어르신 손 그림이 젊은이들에게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 대표는 ‘따수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뜻함과는 다른 은은하게 전해지는 온기라고 했습니다. “시니어 구성원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은연중에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을 받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현재 신이어마켙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도 그런 '따수움'에 반한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좋은 가치가 담긴 제품이니 이용해 주세요’가 아닌 ‘예뻐서 샀는데 의미도 좋았네’라는 평가를 받길 바란다”며 사회공헌기업이라고 좋은 의미를 내세우며 사길 바라지 않고, 기성 제품에 견줄 만큼 품질에 신경 쓰는 것도 젊은 세대에게 통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르신의 손 그림과 글씨가 굿즈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른 것과 비교해 곱절이 걸리는 인내가 필요할 테지요. 특히 처음엔 작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조차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다는데요. 시니어 구성원들이 그린 손 그림과 글씨를 디지털화한 뒤 디자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온라인 펀딩을 거쳐 상품으로 제작해 수익화하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심 대표는 물론 어르신들도 스스로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게 됐다고 해요. 심 대표는 “3년 정도 우리와 함께 일하는 한 어르신이 ‘여기 오는 월요일 하고 수요일 전날 밤엔 설레어서 잠이 잘 안 온다’고 말해주셔서 참 감사했다”며 “우리가 일상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삶이 변화되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감동이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이어마켙이 연 팝업스토어 모습. 신이어마켙 제공


신이어마켙에 출근하는 어르신들은 심 대표를 ‘교장 선생님’, 다른 직원들을 ‘선생님’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글씨와 그림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라고 해요. 심 대표는 “더디더라도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신이어마켙이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며 지키려는 가치는 존중과 공존이라고 했습니다. 심 대표는 “더 귀엽게 보이기 위해 어른들의 그림에 손대지 않는 것, 맞춤법이 틀려도 고치지 않는다”며 “보기 좋게 바꾸는 것은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고, 또 그들의 작품에 손대지 않는 것은 존중의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이어마켙이 연 팝업스토어에서 어르신과 젊은 세대 직원이 어울려 일하는 모습. 신이어마켙 제공






'도움이 필요하시냐'는 가게 점원이 하는 영어 문장을 발음나는 대로 쓴 문구가 적힌 신이어마켙 직원의 티셔츠. 신이어마켙 제공


신이어마켙은 카카오, 씨유, 다이소, 스킨푸드, 배달의민족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625 참전용사와 함께 만든 정전 70주년 기념품이라고 했습니다. 심 대표는 “서울북부보훈지청과 함께 한 굿즈 제작엔 1900%에 달하는 역대급 온라인 펀딩 금액이 모였을 뿐만 아니라, 빈곤 노인 외 또 다른 영역의 어르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이어마켙은 참전용사 어르신들과 4주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 곧 세상을 떠날 90대 노병이 열아홉 스무 살 청춘을 바쳐 열심히 싸웠다는 것을 세상이 기억해주길 바란다’는 그들의 진짜 바람을 모자와 티셔츠, 키링에 ‘돈 포켓 미’라는 메시지에 담아 세상에 알렸습니다.



625 참전용사와 함께 만든 정전 70주년 기념품. 신은정 기자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난 심 대표는 언제나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끼치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고 합니다. 창업할 때도 사회적 기업을 염두에 둔 것도 그래서고요. 그러나 그는 “좋은 일 한다”는 주변 평가가 마냥 듣기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심 대표는 “우리 세대가 잘하는 일을 하고, 어르신들이 그들이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며 “어르신들이 세상에 전하고픈 이야기를 왜곡하지 않고 명확하고 잘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르신이 그린 그림이 담긴 신이어마켙 디자인 상품. 신이어마켙 제공


심 대표는 신앙의 멘토이신 아버지의 은퇴를 바라보며 부모님 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젊은 세대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업을 시작하며 지은 기업명 ‘아립앤위립(我立 and we立)’이 너무 어렵다며 바꾸라는 조언도 많았어요. 그런데 ‘나라는 개인을 세우고, 우리라는 공동체가 설 수 있다’는 의미엔 신이어마켙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혼자 성공하는 세상이 아닌 모두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길 소망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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