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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여년 전만 해도 SK바이오팜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적자의 터널을 헤매고 있었다. 2022년과 2023년 내리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시장 우려는 깊어졌다. K바이오의 새 역사를 쓴 혁신 신약을 개발하고도 수익성 증명의 문턱에서 고전하는 듯 보였다.

그랬던 회사가 지난해 963억원이라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극적인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백경게임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9% 폭증했다. 꺼져가던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이 붙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심장을 이식한 듯한 질주였다.
이런 반전 드라마를 쓰고 회사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시킨 주인공이 있다. 2023년부터 키를 잡은 이동훈 대표(57)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평생 신약 개릴게임황금포카성
발 외길만 걸어온 정통 제약맨이 아니라는 사실. 그의 이력서를 보면 투자 전문가에 가깝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회계법인 삼정KPMG에서 투자자문 본부장을 지냈고 동아에스티를 거쳐 SK그룹에서는 바이오투자센터장으로 M&A와 사업 개발을 주도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다양한 이력이 오히려 지금의 자리에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릴게임골드몽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제약 산업뿐 아니라 투자 업계에서 신약 기술과 기업가치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협력해온 경험이 있다”며 “초창기(early-stage) 기업의 기술 사업화 가능성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성을 살펴봤던 관점이 힘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SK바이오팜이 기술력 중심의 R&D 조직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오락실황금성
모델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도록 사업 모델을 짤 수 있었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K제약 새 역사 쓴 ‘세노바메이트’
이동훈 사장이 직접 美 직판 나서
SK바이오팜의 극적인 흑자전환 중심에는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있다. 이동훈 대표는 “세노바메이트는 국내 파라다이스 주식
제약사로서는 유일하게 FDA 승인부터 미국 시장 내 직접 판매까지 진행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파트너사 없이 직접 판매에 나서는 일은 거대한 모험이다. 광활한 영토와 복잡한 유통, 보험 구조,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현지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맨땅에 헤딩하듯 영업망을 구축해야 했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가장 큰 과제는 엑스코프리 성장을 시장 기대치까지 끌어올리고 흑자전환을 이뤄내는 것이었다”며 당시의 압박감을 전했다.
그는 해답을 찾기 위해 한 달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 머물렀다. 직접 영업 조직을 정비하고, 거래처 문을 두드렸다. 이 대표는 “현지 조직을 자주 방문하며 함께 전략 수립, 메시지 검토, 고객 피드백 수집 등에 참여하고 시장 목소리를 듣고 실행에 반영해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발작 감소를 위한 길(Road to Seizure ReductionTM)’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환자 대상 직접 광고(DTC) 캠페인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25년 1분기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1333억원으로 전년 대비 47%나 급증하며 확실한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했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확보했지만 이 대표는 단일 제품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다음 단계를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세노바메이트의 견조한 매출과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장 먼저 가시화할 계획은 ‘세컨드 프로덕트(차기 제품)’ 도입이다. 그는 “현재 미국 내 직판을 통해 쌓은 기존 상업화 인프라를 활용한 세컨드 프로덕트를 연내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기존 영업망을 최대로 활용해 조기 수익화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기술, 즉 ‘뉴 모달리티(New Modality, 신규 치료 접근법)’로 영토를 확장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 중심 기업에서 항암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모달리티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찍은 분야는 방사성의약품(RPT)과 표적단백질분해(TPD)다. RPT 분야에서는 지난해 풀라이프테크놀로지사로부터 도입한 고형암 치료 후보물질 ‘SKL35501’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테라파워 등과 원료 공급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개발 환경까지 구축했다. TPD 분야 역시 미국 연구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약사 출신 연구진을 영입하며 역량을 한층 높였다.
이 대표가 그리는 SK바이오팜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빅 바이오텍’으로의 도약이다. 그가 말하는 빅 바이오텍이란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기술 플랫폼 확보와 비유기적 성장(M&A)을 병행하며 신약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엑스코프리가 벌어들인 돈을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그는 ‘R&D의 글로벌화’를 선언했다. 그는 “JP모건 콘퍼런스, 바이오 USA 같은 국제 무대에서 SK바이오팜의 위상을 체감하며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더욱 명확해졌다”며 “2025년을 ‘R(연구)의 글로벌화 원년’으로 삼고, 연구 기획부터 개발, 사업화까지 모든 단계를 세계적인 기준으로 재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약물 치료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확장도 그의 미래 구상에 포함된다. AI 기반 뇌전증 발작 예측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약물 치료에 국한하지 않고 질환 전반의 관리와 예후 개선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솔루션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며 웨어러블 기기 업체 칼라헬스와의 협력 계획을 소개했다.



미국명 엑스코프리로 팔리고 있는 세노바메이트. (SK바이오팜 제공)



‘장밋빛 미래’ 뒤의 변수들

단일 히트상품·트럼프 규제
SK바이오팜도 과제는 있다. 가장 큰 현안은 단일 제품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세노바메이트가 ‘황금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이는 역으로 말하면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세가 꺾이거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경우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인 R&D 전략의 불확실성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RPT, TPD와 같은 차세대 파이프라인은 성공 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상업화까지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며 실패 확률도 높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내 의약품 가격을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추는 ‘최혜국대우’ 행정명령에 서명, 약가 인하 리스크가 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미국에서 직접 고가의 혁신 신약을 판매하는 SK바이오팜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일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메리츠증권은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14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SK바이오팜이 관세 리스크에 대비해 미국 내 위탁생산(CMO) 승인과 6개월분 재고 확보 등 선제적 조치를 완료했지만, 관세보다 약가 인하 리스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런 내외부 변수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완성하는 것이 ‘실행가’ 이동훈 대표 앞에 놓인 다음 과제인 셈이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5 (2025.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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