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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세재망  0 Comments  1 Views  25-06-28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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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에게 냉면을 먹이려고 면을 삶는 장인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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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은 요리를 즐기는 만 97세 독거노인이다. 자식들이 돌아가며 반찬과 먹거리를 챙기기는 하지만 밥하기와 설거지 등 기본적인 식생활은 물론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북어무침, 실오징어 볶음, 밀전병이 주특기다. 둘째 딸인 내 아내에게 전달한 메모지를 얼핏 보았더니 무와 배추김치, 참기름을 주문해달라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무더운 주식길라잡이
계절이 다가오자 일주일에 한 번은 냉면도 직접 만들어 드신다. 백발 할아버지의 냉면 요리라니, 그 나이대 남성들은 주방 근처에도 얼씬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고 살지 않았던가.
정기적인 검진을 위해 동네 병원에 갔을 때 위·간 등 대부분의 건강 지표가 사위인 글로생활자보다 월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건강하다고 해도 노인은 노인슬롯머신무료
이다. 지난해 장모님이 돌아가셔 혼자가 되신 데다 얼마 전에는 가깝게 지내던 손아래 동서마저 세상을 떠나자 급격히 힘이 빠진 모습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장인어른께 연락드렸다. 냉면 한 그릇 얻어먹고 싶다고. “내가 만든 냉면이라야 별것 없고 마트에서 파는 면을 삶고 육수를 넣고 수육 등 몇 가지로 대충 버무린 얼치기 냉면인데 굳이 온다고 하면 말리지 않겠네모바일릴게임사이트
.” 목소리에서 싫지 않은 느낌이 묻어났다.
100세를 바라보는 장인과 60대 사위가 함께한 부엌을 상상해 보라. 그것도 사위가 요리하고 장인이 식탁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진귀한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사진 찍기 위해 앞치마 두르게 했지만, 곧 어색하다고 벗어버리더니 면을 삼고 헹구는 속도만큼이나 말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육체2010년대박주식
의 허기보다 대화의 갈증이 더 강한 것일까. 만날 친구들도 사라지고 멀리 냉면집까지 가는 것도 번거로워 10년 전부터 집에서 냉면을 만들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자네 장모가 살아 있을 때도 가끔 만들어 먹었지. 올해도 냉면 재료 50인분 분량 주문했다네. 내 냉면의 핵심은 삶은 면 위에 ‘웃기’로 얹는 편육인데, 어때 먹을 만한가?”



97세 장인어른이 집에서 손수 만든 냉면 한 그릇. 순식간에 뚝딱 해치웠다./손관승 제공


그저 옆에서 질문이나 추임새 정도만 넣던 사위는 엄지손가락으로 ‘따봉’ 표시할 뿐 염치없게도 얻어먹기에 급급했다. 냉면은 곧 장인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 그 자체였다. 몇 대째 서울 토박이 장인은 명동 시공관 근처에 있던 ‘고려정’에서 냉면과 인연을 맺었다고 하는데, 정명화·정경화·정명훈 트리오의 부모가 운영하던 불고기와 냉면 식당이다. 정트리오 가족이 미국 이민을 떠나 고려정이 문을 닫는 바람에 다른 냉면집을 찾아야 했다고 한다. 옛이야기할 때 무척 들뜬 표정이었다.
장인어른의 장수 비결은 병원이나 의사들이 강조하는 일반론과는 거리가 멀다. 대식가인데다 채소보다 육류 섭취를 즐기고 평생 특별히 운동을 해본 적도 없지만 아파 본 적이 별로 없다. 혈압약 이외에 복용 약도 없다. 90대 나이에도 여전히 햄버거와 콜라를 즐기는 미국의 투자 전문가 워런 버핏의 모습만큼이나 예외적이다. 물론 타고난 건강 유전자 덕분이겠지만 규칙적인 식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새벽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아침 식사, 점심은 11시 반에서 12시, 저녁은 오후 5시 반에서 6시에 한다. 유심히 관찰하니 정말 맛있게 드신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강조했던가. 좋은 약을 쓰는 것보다 식사 잘하는 게 중요하고, 좋은 음식 먹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고 걷는 게 건강에 더 좋다는 뜻일 텐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연령대별로 ‘없다’라는 블랙 유머가 있다. “50대에는 일이 없고, 60대에는 낙이 없으며, 70대에는 이가 없다. 80대에는 처가 없고, 90대에는 시간이 없으며, 100살에는 다 필요 없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온다. 퇴직, 죽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이다. 1980년 전두환 군부 정권이 들어선 후 장인어른은 퇴직했으니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이 어느새 45년이나 된다. 불과 30년도 채 안 되었던 인생 전반전(사회 생활 기간)에 비해 후반전의 시간이 훨씬 긴 것이다. 길고도 고통스러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인생 후반전 준비법에 관한 강의를 자주 하는 글로생활자에게 장인어른은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운 것 학습하기를 좋아해서 메모와 일기를 멈추지 않는다. 손재주가 좋은 분답게 직접 만든 일기장을 연도별로 분류해 놓았다. 손과 뇌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장인어른의 건강 비법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누구나 장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살지 아무도 모르기에 혼자 지내는 법을 익혀야 한다. 특히 식사 정도는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장인어른의 냉면은 자립 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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