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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대상 진로진학 특강 지난 6월 24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1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특강이 열렸습니다.


ⓒ 신정섭




지난 24일 저녁,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진로·진학 특강이 열렸습니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은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에버다임 주식
2022 개정 교육과정 첫 적용, 확 달라진 2028 수능 등 '폭탄'을 3개나 맞은 탓인지, 참석한 학부모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진로․진학 분야에서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사의 2시간에 걸친 열띤 강의가 끝나자, 학부모들은 여기저기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내신은 5등급제, 수능은 9등급제인데 어느 장웹젠 주식
단에 춤춰야 하나요?""1학기 내신이 기대에 못 미치면 자퇴하고 수능 준비하는 게 낫겠죠?""내신, 생기부, 수능 이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방법은 없을까요?"
학부모들의 질문에는 날이 서 있었습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말하면서 대입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칙 없이 흔들려왔으니 화가 나지 않으면 이상하죠, 특히, 올해 고1 미성포리테크 주식
학부모로서는 자녀의 대학 입학 경로가 안갯속이라 더욱 불안하기만 합니다. 바뀌는 제도가 너무 많은 탓에, 안정적으로 준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 게 사실이니까요.
내신 5등급제로 경쟁 완화?
불안감의 '진앙'은 누가 봐도 내신 5등급제와 수능 9등급제간의 불일치로 인한 혼란입니다. 현재 고1 학생들은 선배들과는 달리, 학디피씨 주식
교 내신 등급이 5단계로 적용됩니다. 1등급 컷은 상위 10%, 2등급 컷은 24%(누적 34%)인데요. 기존 9등급제에서는 1등급 컷이 상위 4%, 2등급 컷은 7%(누적 11%)였습니다.
교육부는 2023년 10월 '2028 대입 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줄이기 위해 내신을 5등급제로 바꾸었다고 밝혔는데요. 관련주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이러한 취지가 제대로 살려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수능이 내신을 이겼다!" 또는 "이제 일반고 수시는 더 어려워졌다!"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졌습니다.
왜 그럴까요. 종로학원이 지난 3월 대학수학능력시험 통계 자료와 대학별 내신 합격점수 등을 토대로 분석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전 교과 1등급을 받은 내신 1.0 만점자가 전국적으로 95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1만 2000여 명이라고 예상). 이렇게 되면 내신 1.0 만점을 받아도 의대나 약대, 또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일반 학과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2026학년도 대입을 기준으로 의대·치대·한의대·약대의 선발인원은 총 6500명 정도입니다. 기존 9등급제에서는 내신 1.4등급(1만 83명) 안쪽에 드는 학생이 지원할 수 있었는데, 5등급제에서는 1.0 만점이 아니면 사실상 문을 두드리기 어렵습니다. 서울대, 연대, 고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일반 학과 합격선도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내신 성적만으로는 변별이 어려우므로 대학에서 심층 면접의 난도 또는 반영 비율을 높이거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일반고 학생들은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능 성적만으로 줄 세우는 정시는 합격 가능성이 더 작아집니다.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경쟁이 완화되기는커녕, 학교별 교육격차만 더 커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모두 선택과목이 없는 통합형 체제로 처음 치러지는 2028 수능이 5등급제인 내신과 달리 기존 9등급제를 유지한 것도 논란입니다. 서울 주요 대학이 모집 정원의 40% 정도를 정시전형으로 선발하는 현실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고 학생부 중심 전형에 기대는 지방의 일반고 학생들에게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내년도 교과 선택은 어떻게?
지난 25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과목 선택 집중 상담(컨설팅) 기간 운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현직 고등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 450여 명(진로·학업 설계 지원단)이 현재 고등학교 1, 2학년 학생들의 진로 및 학업 설계를 돕기 위해 2026학년도 고교학점제 교과목 선택 등과 관련한 전문 상담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진로·진학 집중 상담 서비스는 7월 7일부터 11월 30일까지 '함께학교 누리집(www.togetherschool.go.kr)'을 통해 이루어지며, 상담을 신청한 학생에게 진로 상담을 포함해 진학 희망 계열에 따른 과목 선택 조언, 과목별 학습 방법 등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학생이 상담을 신청하려면 '교육디지털원패스' 회원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 교육디지털원패스 교육부는 지난 25일 교육디지털원패스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편리하게 진로진학 상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 교육부




전문가인 현직 고등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 수백여 명이 지원단을 꾸려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학생의 진학 희망 계열에 따른 과목 선택 방법 등을 안내해 주는 것은 좋은 서비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 상담 서비스만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얼마나 덜어질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왜 그럴까요.

솔직히 '학생의 적성과 소질, 희망 진로에 맞는 선택'은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고, 현실적으로는 대학입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학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과라 하더라도 수강자가 너무 적으면 내신에 불리하므로 선뜻 고르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니까요. 참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고급물리 수강자가 10명이라면 1등에게만 내신 1등급(상위 10%)이 부여되고, 3등이면 곧바로 2등급(누적 상위 34%)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수강자가 더 적으면 1등급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희망 진로와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수강자가 많은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거지요. 학교 현장에서 고교학점제의 긍정적 취지를 살리기는 이렇게 어렵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정시 파이터'










▲ 2026학년도 6월 모의평가 시작 재수생들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시행일인 4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고사실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통해 수능에만 '올인'하겠다는 자퇴생, 이른바 '정시 파이터'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종로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과 경기도 내 검정고시 지원자는 1만 1272명에 이릅니다. 검정고시 지원자는 2022년 7076명, 2023년 9185명, 2024년 1만 65명 등 매년 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검정고시는 4월과 8월, 1년에 두 차례 접수하는데 오는 8월 접수 인원이 큰 폭으로 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입시지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현재 고1 학생과 학부모가 피부로 느끼는 지옥 현실은 더 참담합니다. 내신 관리, 생기부 스펙 쌓기, 수능 공부 등 삼중고에 더해 고교학점제 교과 선택의 어려움도 감당해야 합니다. 내년에는 고2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을 계속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설계한 더불어민주당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정책 제안 자료집에 '내신 절대평가를 통한 실질적인 과목 선택권 보장' 내용이 들어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당장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교육 혁명, 아니 근본적인 대학입시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주춧돌이라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얻고 있습니다. 교육부 장관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