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가 자살하기까지 베를린 지하방공호에서 보낸 14일간의 영상기록과 같은 영화 다운폴(Downfall)을 따라가다 보면 어이없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다. 히틀러와 나치 최고 참모들이 보여주는 '상호작용'은 거의 진시황제와 환관들의 그것이다. 히틀러의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 별을 주렁주렁 단 장군들은 사시나무 떨 듯하고, 히틀러의 황당한 격노에도 모두 죽을죄라도 지은 것처럼 전전긍긍한다.



영화 다운폴은 히틀러와 그 수뇌부의 허상을 건조하게 보여준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들은 대개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기 마련이다. 혹시나 히틀러의 참 작업진행율 모들도 몰리고 몰려서 지하방공호로까지 숨어든 절체절명의 상황인지라 히틀러를 중심으로 단결했나 싶지만, 그렇지 않다. 전쟁 전부터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지 오래인 히틀러를 절대 지지하고 뭉쳤기 때문인지 다 같이 지하방공호로까지 내몰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패전과 함께 '전범戰犯'인 그 수뇌부들만이 극한상황에 내몰렸다면 그들의 '자업자 한국씨티은행대출 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 때문에 애먼 국민들까지 모두 극한상황으로 내몰렸으니 딱한 일이다.
물론 히틀러에 열광한 그다지 '애꿎지 않은 국민'들도 많기는 하다. 엄밀히 따지면 그들도 '뉘른베르크(Nürnberg) 국제군사재판(1945~1946년)'에서 수뇌부와 함께 단죄돼도 크게 억울하지 않을 국민들이다.
개전開 무직자 개인돈 戰 이후 전쟁이 본격화한 1941년 나치 독일 인구는 8500만명이었는데, 종전終戰 시점 인구는 대략 6700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인구 1900만명은 군인, 민간인 사망자 700만명에 외국으로 탈출해 난민이 돼버린 1200만명을 포함한 숫자다. 그야말로 국가적 민족적 재앙이었다.
개전에서 종전까지 광기에 사로잡힌 지도자를 중심으로 장기적금이자 그들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이 만들어낸 참상이다. 루돌프 러멜(Rudolf Rummel)이라는 미국 정치학자는 무척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민주주의 체제의 태동 이래 민주국가 사이에서는 단 한 차례도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제아무리 갈등상황이라고 해도 '양쪽'이 모두 민주적 의사결정을 하는 한 전쟁이라는 '결 경남중소기업대출 정'은 내려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럼에도 '민주주의'가 소중한 또 다른 이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이라고 해서 결코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히틀러와 나치당이라는 괴물의 집권과 침략은 인류역사상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체제와 법을 갖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Weimarer Republik‧1918~1933년)'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 헌법 1조 1항과 2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미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내용은 '독일은 공화국이며, 국가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던 '바이마르 헌법' 1조를 그대로 옮겨온 원칙이다. 세계 모든 민주공화국 헌법의 모델이었다.



모든 일을 법으로 해결하자는 사회는 결국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히틀러는 바이마르 민주공화국의 합법적 절차를 통해서 의원이 되고, 총리가 되고, 대통령도 되고 끝내는 의회를 무력화하는 '수권법(Enabling Act)'도 합법적으로 통과시켜 총통의 지위까지 획득했지만 어느새 '독일의 주권은 나치당에 있고, 국가권력은 히틀러로부터 나오는' 나라가 돼버렸다.
혹자는 극우 나치당의 득세는 바이마르 체제가 지나치게 민주적이어서 폭동가담 전과자인 히틀러의 인권과 방어권까지 보장하고 참정권도 박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개탄하기도 한다. 좋은 제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써서 새 길 깔아놓으면 사람보다 동네 똥개가 먼저 지나간다.
박물관 지하금고에 봉인돼버린 줄로만 알았던 히틀러리즘(Hitlerism)이란 '극우 포퓰리즘'의 망령이 2010년대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하더니 2017년 소위 '트럼피즘(Trumpism)'이 미국을 점령하고 어느새 대한민국에도 본격 상륙한 모양이다.
미국지상주의, 외국인 혐오, 반反엘리트주의, 반反지성주의로 무장한 우익 포퓰리즘(Right-wing Populism)의 일종으로 규정되는 트럼피즘은 나치즘과 놀랍도록 그 궤를 함께한다. 우리 사회에 광풍처럼 몰아치는 극우 논리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이 영화 '다운폴'을 보는 마음이 불안하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Yascha Mounk)는 그의 저서 「위험한 민주주의(People vs. Democracy‧2018년)」에서 세계적인 극우 포퓰리즘의 원인을 진단한다. 그 경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저성장과 빈부격차가 확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를 생산·유통하고 소비하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사회는 민족적·이념적으로 가치가 다원화하고, 개인의 자유와 '국민의 의지'가 충돌한다. 많은 이들이 인권과 다민족, 난민, 외국인 노동자, 다양성의 가치에 증오를 퍼붓는다. 뭉크는 이런 난제는 법과 제도에 충실하거나 그것을 개선해서 풀 수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의 지혜로서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자제란 미덕을 발휘하고 있을까.[사진｜뉴시스]


하버드의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 역시 트럼프 현상을 목도하고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2018년)」를 묻는다. 레비츠키가 보기에 미국 민주주의가 서로를 증오하는 양극단으로 갈라져 죽어가고 있는 이유는 제도와 법이 미비해서가 아니다. 제도와 법을 바꾼다고 죽어가던 민주주의를 회생시킬 수도 없다.
레비츠키가 고민 끝에 내놓은 처방은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역할을 하는 두가지 규범은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forbearance)"다. 권력자들이 나와 다른 생각에 동의할 수는 없어도 증오까지는 하지 않고, 아무리 법으로 허용된다고 해도 무조건 '법대로 해보자'고 덤벼서는 안 된다고 읍소한다.
모든 일을 법으로 해결하자는 사회는 결국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세상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법이란 존재하지 않고, 어떠한 법과 제도도 사회를 통합시킬 수 있는 법은 없다.
김상회 정치학 박사｜더스쿠프sahngwhekim535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