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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8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 사채시장 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외교
-지난 한 달 외교적으로 큰일들이 대단히 많았다. 한미 정상회담 때는 전문가들을 불러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썼다. 지면 배치도 잘했다. <산업·경제, 외교·안보 전문가가 본 한미회담>(8월 28일 자 A2·3면) 등 분 보험사 담보대출 석이 굉장히 좋았다. 북·중·러 정상 회동을 앞두고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의 <[朝鮮칼럼] 김정은의 도박? 한반도 외교 지형이 흔들린다>(9월 1일 자 A30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외교의 복잡성을 잘 서술했다. 다만 <김정은, 김주애 데리고 중국 갔다>(9월 3일 자 A1면)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톱 제목으로 쓸 만큼 북· 700만원 대출 중·러 회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었다.
-야당 지도부 선출도 있었다. 사설과 칼럼은 전한길과 ‘윤 어게인’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비판했지만, 기사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중립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결과가 ‘장동혁 당선’으로 나오자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거나 비판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달육아비 -<“성비위·괴롭힘 피해 10명, 당이 외면” 조국당 대변인 탈당>(9월 5일 자 A10면)은 의문을 자아낸다. 정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나 고위 당직자라면 성비위 등 의혹이 제기됐을 때 충분히 그의 이름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을 12명이나 보유한 공당의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으로, 이렇게 크게 보도되는 상황에서는 익명 두바이금융권 처리 대신 실명을 밝혀야 한다.
-<與, 방통위 없애고 새 조직 신설 추진… 이진숙 퇴출 수순>(8월 16일 자 A5면) 등 방통위 폐지와 관련한 논의는 제도적·정책적 맥락보다 특정 인사의 퇴출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강조하는 데 무게를 뒀다. OTT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의 급성장,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 가짜 뉴스 등 생태계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방통위 개편 논의가 시작됐지만 최근 정부가 출범시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아쉬움이 크다. 제도적 보완과 조직의 기능 재정립을 통해 실질적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해야 한다.
▨ “승진 사양”
-<서울대 교수 70% “승진 사양합니다”>(8월 26일 자 A1·14면)에서 모든 자격을 갖추고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승진될 수 있는 교수들의 70%가 이를 사양하는 것으로 썼는데 잘못됐다. 정교수 승진은 부교수 재직 5년 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 논문 출판 등 별도 기준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교수 중 승진을 사양하는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정교수가 되면 행정 업무가 과도해진다는 것도 현실과 다르다.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사례를 부각한 듯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평균 연봉, 행정 부담 등 몇 가지 앵글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강릉 목타는데 속초는 ‘워터밤’ 축제… 63만t 지하댐이 운명 갈랐다>(9월 1일 자 A3면)는 같은 동해안에 있는 강릉과 속초가 전혀 다른 물 사정을 겪게 된 배경을 비교 분석하며, 사전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속초의 지하댐 건설과 상수관 교체, 강릉의 저수지 의존 구조를 대조 설명해 독자가 정책적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제목에서 강릉의 가뭄과 속초의 ‘워터밤 축제’를 대비시켜 눈길을 끌지만, 자극적으로 흐른 측면이 있다. 속초가 옆 도시의 가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만 즐긴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광복 80주년 기획 <우리들의 해방일지>(8월 15~18일)는 새로운 시도였다. 당시 10대들이 맞이한 광복의 감회를, 옛 교지(校誌)를 발굴해 그들의 언어로 게시해 생생한 역사 현장을 현재 진행형으로 읽는 박진감과 즐거움을 줬다. 역사의 갈피에 묻힌 사료 발굴과 기사화는 면면한 역사를 가진 조선일보만이 할 수 있는 특장점이다. <[기자의 視角] 80년 묵은 校誌 속 애국심>(9월 4일 자 A30면)에서는 그동안 불편하게 여겼던 ‘애국심’이라는 오염된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젊은 기자의 솔직한 토로가 인상 깊었다.
▨ 정율성 흉상
-문화 분야의 자율성 침해와 정치적 편파성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과거’ 논란에 파손된 ‘정율성 흉상’… 光州 남구, 2년 만에 재설치 검토>(8월 13일 자 A10면)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편파성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지도 않고 중국에서 활동한 정율성을 효과도 모호한 중국 관광객 유치를 내세워 정치권과 정부가 띄우는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대주의적 발상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필요하다. <역사 왜곡한다며… 광주시, 공공도서관서 역사 도서 7종 퇴출>(8월 15일 자 A12면)도 마찬가지다. 통렬한 비판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李 “위안부·징용 합의, 뒤집지 않겠다”>(8월 22일 자 A1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간 합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이를 유지해야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경우 2015년에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 중에서 44억원 정도는 피해자에게 지급했고, 56억원 정도는 청산 법인에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이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했으니 잔존 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유족이나 기념 사업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취재하면 좋겠다.
-<300만 서명한 ‘연명의료 중단’… 임종 앞두자 “살려내라”>(8월 14일 자 A14면)에서 “일명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 결정법”이라고 했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가족도 할 수 있지만, 존엄사는 환자 이외의 사람은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사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의료비 문제를 연결해 얘기했는데 환자 개인의 자기결정권 행사 등을 고려했을 때 제때 연명의료 중단을 하지 않아 의료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석화 업계 빚
-<4大 석화 1년내 갚을 빚 20조… 은행 “밑 빠진 독 물 붓기”>(8월 15일 자 A16면)는 “LG화학 등 4개 기업의 올해 1분기 공시 자료를 근거로 이들 기업이 갚을 날이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 규모가 20조3323억원이라고 했는데, 이 중 금호석유화학의 수치가 틀렸다. 4조2756억원이라고 했는데, 실제는 4275억원으로 10배나 부풀려졌다. 조 단위가 틀린 것이다. 기사에서 거론한 4개 기업의 단기 차입금 규모 20조3323억원은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 정확한 수치 검증이 필요하다. 틀린 수치로 계산해도 23조원대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가기 하루 전 반기 보고서가 나왔는데, 3개월 전 발표된 1분기 보고서를 인용한 것도 아쉬웠다.
-<성장률 반등시킨 노동개혁·구조조정… 日·프랑스와 달리 李정부에는 없어>(8월 25일 자 A4면)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노동개혁과 구조조정을 지금 하지 않으면 향후 성장의 기회가 오더라도 성장률 높이기가 어려운데, 현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 등 기업들을 옥죄는 입법에 대해서는 기업의 입장만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사회 분열적 측면도 지적해야 한다.
-<혁신적 연구 막았던 ‘PBS’(연구 과제 중심 운영 제도), 30년 만에 사라진다>(8월 25일 자 B1면)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매년 외부에서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과제 계획서를 수십 개씩 제출했다”로 시작하는데 지극히 희귀한 경우를 일반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이공계 정부 출연 연구원은 정규직 연구원만 해도 1만명이 훌쩍 넘는 거대 조직인데, 이 중 계획서를 매년 수십 개씩 제출하는 연구원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정부의 정책 변경 설명도 부족하다. PBS 폐지로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모두 정부가 책임지면서 내부 경쟁을 없애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출연연 노동조합 등과 발맞춘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지 비판적 검토가 필요했다.
-AI 때문에 일하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매일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업종별로 어떤 게 바뀌어야 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 성격의 기사는 드물다. 재교육 루트, 직무 재설계, 법·윤리 체크리스트 같은 것을 다룬 기사가 나와야 한다. 기사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빅테크 투자 기업 발표 중심이라 실제 일반인들이 삶을 대비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AI에 대한 방향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 조지아 사태
-<美 노조 “일자리 뺏겨” 주장… 기업들 “첨단 공장 지을 전문가 美엔 없어”>(9월 10일 자 A4면)는 8월 2일부터 3회에 걸쳐 보도한 특집 기사 <미국은 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택했나> 내용과 톤이 너무 다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체포 사건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미국 노동시장에 강력하고 폐쇄적인 노조가 존재하고 우리가 지어줄 첨단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에 필수적인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이러한 여러 부정적 요인들이 있음에도 지난 8월 초 ‘마스가’ 특집 기사가 면밀한 검토에 근거하기보다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반해 지나치게 장밋빛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지금이라도 ‘마스가’를 비롯해 소위 대미 투자 진출이 왜 현실성이 부족한 것인지 후속 보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9월 3일 자 A1·2면)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면밀한 검증을 거친 양질의 번역이라 기대가 크다. 조선일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창간 105년 조선일보, 21번째 서체 업그레이드… 더 선명해지고, 더 읽기 편해졌습니다>(8월 19일 자 A1·14면)를 흥미롭게 읽었다. 한글 가독성 발전을 위한 노력은 신문이 사회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다. 서체 업그레이드 후 확실히 신문이 더 잘 읽히는 것 같다.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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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8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 사채시장 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외교
-지난 한 달 외교적으로 큰일들이 대단히 많았다. 한미 정상회담 때는 전문가들을 불러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썼다. 지면 배치도 잘했다. <산업·경제, 외교·안보 전문가가 본 한미회담>(8월 28일 자 A2·3면) 등 분 보험사 담보대출 석이 굉장히 좋았다. 북·중·러 정상 회동을 앞두고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정치참사의 <[朝鮮칼럼] 김정은의 도박? 한반도 외교 지형이 흔들린다>(9월 1일 자 A30면)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반도 외교의 복잡성을 잘 서술했다. 다만 <김정은, 김주애 데리고 중국 갔다>(9월 3일 자 A1면)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톱 제목으로 쓸 만큼 북· 700만원 대출 중·러 회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었다.
-야당 지도부 선출도 있었다. 사설과 칼럼은 전한길과 ‘윤 어게인’에 대해 굉장히 강하게 비판했지만, 기사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중립을 택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결과가 ‘장동혁 당선’으로 나오자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현상을 제대로 분석하거나 비판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달육아비 -<“성비위·괴롭힘 피해 10명, 당이 외면” 조국당 대변인 탈당>(9월 5일 자 A10면)은 의문을 자아낸다. 정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치인이나 고위 당직자라면 성비위 등 의혹이 제기됐을 때 충분히 그의 이름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을 12명이나 보유한 공당의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으로, 이렇게 크게 보도되는 상황에서는 익명 두바이금융권 처리 대신 실명을 밝혀야 한다.
-<與, 방통위 없애고 새 조직 신설 추진… 이진숙 퇴출 수순>(8월 16일 자 A5면) 등 방통위 폐지와 관련한 논의는 제도적·정책적 맥락보다 특정 인사의 퇴출이라는 정치적 의도를 강조하는 데 무게를 뒀다. OTT와 같은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의 급성장,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 가짜 뉴스 등 생태계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방통위 개편 논의가 시작됐지만 최근 정부가 출범시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아쉬움이 크다. 제도적 보완과 조직의 기능 재정립을 통해 실질적 개혁이 필요함을 지적해야 한다.
▨ “승진 사양”
-<서울대 교수 70% “승진 사양합니다”>(8월 26일 자 A1·14면)에서 모든 자격을 갖추고 관련 서류만 제출하면 승진될 수 있는 교수들의 70%가 이를 사양하는 것으로 썼는데 잘못됐다. 정교수 승진은 부교수 재직 5년 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 논문 출판 등 별도 기준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교수 중 승진을 사양하는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될까?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정교수가 되면 행정 업무가 과도해진다는 것도 현실과 다르다.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사례를 부각한 듯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평균 연봉, 행정 부담 등 몇 가지 앵글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강릉 목타는데 속초는 ‘워터밤’ 축제… 63만t 지하댐이 운명 갈랐다>(9월 1일 자 A3면)는 같은 동해안에 있는 강릉과 속초가 전혀 다른 물 사정을 겪게 된 배경을 비교 분석하며, 사전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속초의 지하댐 건설과 상수관 교체, 강릉의 저수지 의존 구조를 대조 설명해 독자가 정책적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제목에서 강릉의 가뭄과 속초의 ‘워터밤 축제’를 대비시켜 눈길을 끌지만, 자극적으로 흐른 측면이 있다. 속초가 옆 도시의 가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축제만 즐긴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광복 80주년 기획 <우리들의 해방일지>(8월 15~18일)는 새로운 시도였다. 당시 10대들이 맞이한 광복의 감회를, 옛 교지(校誌)를 발굴해 그들의 언어로 게시해 생생한 역사 현장을 현재 진행형으로 읽는 박진감과 즐거움을 줬다. 역사의 갈피에 묻힌 사료 발굴과 기사화는 면면한 역사를 가진 조선일보만이 할 수 있는 특장점이다. <[기자의 視角] 80년 묵은 校誌 속 애국심>(9월 4일 자 A30면)에서는 그동안 불편하게 여겼던 ‘애국심’이라는 오염된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젊은 기자의 솔직한 토로가 인상 깊었다.
▨ 정율성 흉상
-문화 분야의 자율성 침해와 정치적 편파성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과거’ 논란에 파손된 ‘정율성 흉상’… 光州 남구, 2년 만에 재설치 검토>(8월 13일 자 A10면)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편파성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지도 않고 중국에서 활동한 정율성을 효과도 모호한 중국 관광객 유치를 내세워 정치권과 정부가 띄우는 코미디와 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사대주의적 발상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적이 필요하다. <역사 왜곡한다며… 광주시, 공공도서관서 역사 도서 7종 퇴출>(8월 15일 자 A12면)도 마찬가지다. 통렬한 비판과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李 “위안부·징용 합의, 뒤집지 않겠다”>(8월 22일 자 A1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간 합의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이를 유지해야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가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의 경우 2015년에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 중에서 44억원 정도는 피해자에게 지급했고, 56억원 정도는 청산 법인에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이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했으니 잔존 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유족이나 기념 사업을 위해 사용할 것인지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취재하면 좋겠다.
-<300만 서명한 ‘연명의료 중단’… 임종 앞두자 “살려내라”>(8월 14일 자 A14면)에서 “일명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 결정법”이라고 했다. 연명의료 중단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가족도 할 수 있지만, 존엄사는 환자 이외의 사람은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사에서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의료비 문제를 연결해 얘기했는데 환자 개인의 자기결정권 행사 등을 고려했을 때 제때 연명의료 중단을 하지 않아 의료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비용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석화 업계 빚
-<4大 석화 1년내 갚을 빚 20조… 은행 “밑 빠진 독 물 붓기”>(8월 15일 자 A16면)는 “LG화학 등 4개 기업의 올해 1분기 공시 자료를 근거로 이들 기업이 갚을 날이 1년 이내인 단기 차입금 규모가 20조3323억원이라고 했는데, 이 중 금호석유화학의 수치가 틀렸다. 4조2756억원이라고 했는데, 실제는 4275억원으로 10배나 부풀려졌다. 조 단위가 틀린 것이다. 기사에서 거론한 4개 기업의 단기 차입금 규모 20조3323억원은 어디서 나온 수치인지 모르겠다. 정확한 수치 검증이 필요하다. 틀린 수치로 계산해도 23조원대이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가기 하루 전 반기 보고서가 나왔는데, 3개월 전 발표된 1분기 보고서를 인용한 것도 아쉬웠다.
-<성장률 반등시킨 노동개혁·구조조정… 日·프랑스와 달리 李정부에는 없어>(8월 25일 자 A4면)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잘 지적했다. 노동개혁과 구조조정을 지금 하지 않으면 향후 성장의 기회가 오더라도 성장률 높이기가 어려운데, 현 정부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상법 개정이나 노란봉투법 등 기업들을 옥죄는 입법에 대해서는 기업의 입장만이 아니라 그것이 지닌 사회 분열적 측면도 지적해야 한다.
-<혁신적 연구 막았던 ‘PBS’(연구 과제 중심 운영 제도), 30년 만에 사라진다>(8월 25일 자 B1면)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매년 외부에서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과제 계획서를 수십 개씩 제출했다”로 시작하는데 지극히 희귀한 경우를 일반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비롯한 이공계 정부 출연 연구원은 정규직 연구원만 해도 1만명이 훌쩍 넘는 거대 조직인데, 이 중 계획서를 매년 수십 개씩 제출하는 연구원이 과연 몇 명이나 있었을까? 정부의 정책 변경 설명도 부족하다. PBS 폐지로 연구원들의 인건비를 모두 정부가 책임지면서 내부 경쟁을 없애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출연연 노동조합 등과 발맞춘 포퓰리즘적 정책이 아닌지 비판적 검토가 필요했다.
-AI 때문에 일하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 매일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 업종별로 어떤 게 바뀌어야 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내 성격의 기사는 드물다. 재교육 루트, 직무 재설계, 법·윤리 체크리스트 같은 것을 다룬 기사가 나와야 한다. 기사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빅테크 투자 기업 발표 중심이라 실제 일반인들이 삶을 대비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AI에 대한 방향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 조지아 사태
-<美 노조 “일자리 뺏겨” 주장… 기업들 “첨단 공장 지을 전문가 美엔 없어”>(9월 10일 자 A4면)는 8월 2일부터 3회에 걸쳐 보도한 특집 기사 <미국은 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택했나> 내용과 톤이 너무 다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체포 사건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미국 노동시장에 강력하고 폐쇄적인 노조가 존재하고 우리가 지어줄 첨단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기에 필수적인 전문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진 내용이다. 이러한 여러 부정적 요인들이 있음에도 지난 8월 초 ‘마스가’ 특집 기사가 면밀한 검토에 근거하기보다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반해 지나치게 장밋빛 그림을 그렸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지금이라도 ‘마스가’를 비롯해 소위 대미 투자 진출이 왜 현실성이 부족한 것인지 후속 보도를 통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9월 3일 자 A1·2면)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면밀한 검증을 거친 양질의 번역이라 기대가 크다. 조선일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 공헌 활동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창간 105년 조선일보, 21번째 서체 업그레이드… 더 선명해지고, 더 읽기 편해졌습니다>(8월 19일 자 A1·14면)를 흥미롭게 읽었다. 한글 가독성 발전을 위한 노력은 신문이 사회 문화에 기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덕목이다. 서체 업그레이드 후 확실히 신문이 더 잘 읽히는 것 같다. /정리=김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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