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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이른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은 업무 출장입니다만, 이 무더운 날 먼 길 오가는 걸 마냥 일이라고만 여기면 끝도 없이 불평이나 늘어놓게 될 게 뻔하니, 차라리 여행길이라 마음을 고쳐먹은 것입니다. 마음만 먹은 건 아닙니다. 일을 마치고 재빨리 서울로 돌아오는 대신 출장지 주변을 충분히 즐기기로 계획했습니다.
첫 출장지는 경북 예천입니다. 고속버스로는 서울에서 2시간 조금 넘겨 도착하는 곳이지만 기차를 타기로 했습니다. KTX를 타고 영주역에서 내려 무궁화호 기차로 갈아탑니다. 이렇게 다소 어렵게 돌아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여행지에서 우리는 최단 거리만을 생각하며 이동하지져스트릴게임
않습니다. 영주에서 예천을 오가는 경북선 선로는 유난히 구불구불합니다. 맑은 물이 굽이 흘러가는 내성천 지형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누구라도 4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넋 놓고 창밖 풍경을 보게 됩니다.
일을 마치고 평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찾았습니다. 한 선배 시인에게 예천에 ‘’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총(릴게임환전
馬塚)이 아닌 우리가 평소 주고받는 말의 무덤, 언총(言塚)입니다. 동으로는 안동, 남으로는 의성과 맞닿은 예천군 지보면에 말의 무덤이 있습니다. 이 무덤의 기원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지역에는 여러 성씨의 문중이 모여 살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다툼과 불화가 적지 않았고요. 난제를 해결한 건 이곳 풍수를 살폈던 어느 과객이었습니다. 불스탁
사나운 개의 입에 재갈을 물리듯 마을 입구에 바위를 세워두라 했고, 분노의 말을 지방(紙榜) 쓰듯 종이에 적어 흰 사발에 담아오라 했습니다. 구덩이를 파고 사발을 묻었습니다. 혹여 새어 나올세라 흙과 돌을 수북이 쌓았고요. 덕분일까요? 마을은 화합과 안정을 찾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본 무덤은 소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라는 작은캡틴프라이드게임
표지석 옆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봉분이 하나 솟아 있었을 뿐입니다. 경주나 공주의 왕릉 혹은 가야 문화권의 고분에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상스러운 말이 묻힌 무덤이라면 작을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해 전 제가 쓴 산문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조선관련주
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에 꽤 많은 말들을 쌓아두고 지낸다. 어떤 말은 두렵고 어떤 말은 반갑고 어떤 말은 여전히 아플 것이며 또 어떤 말은 설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묻어두기 어려운 말이 있습니다. 다행히덕에 저는 얼마간의 말을 두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묻지 못한 아픈 말이 있고 피할 도리 없이 새로 맞닥뜨려야 하는 날카로운 말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다시 이 무덤을 찾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한 번 본 것으로 충분합니다. 대신 동화 속 헨젤과 그레텔처럼 여행을 하며 조금씩 이 말들을 흘리고 다니려 합니다.